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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암을 이겨내는 철인들(퍼온글)

홍콩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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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철인클럽 이경수·주석완씨

이씨, 위 절제하고도 대회 도전… 주씨, 투병 중 완주 성공

"운동은 정직… 시련 이기려면 사랑하는 대상에 집중하세요"

지난달 24일 오후 7시 고양시 일산동구 중산동의 한 헬스클럽. 바깥 날씨는 초겨울 바람이 매서웠지만, 헬스클럽 안은 운동하는 사람들의 열기로 후끈거렸다. 헬스클럽 한쪽에선 난데 없는 사이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두 남자가 얇은 몸체의 자전거 위에 나란히 앉아 페달을 쉴 새 없이 밟는다. 몸에 달라붙은 사이클 운동복 위로 탄탄한 다리근육이 드러났다. 땀이 이마에 맺힐 겨를도 없이 목 줄기 아래로 흘러내렸다.

퇴근 후 이곳에 모여 운동을 하는 이들은 '철인3종 경기'라고 불리는 트라이애슬론 동호회 '일산철인클럽' 회장 이경수(47), 회원 주석완(44)씨. 한때 암 선고를 받고 힘겹게 투병했지만, 운동을 하며 현재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철인들이다. 항암 치료를 하면서도 경기에 참가해 주위 사람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던 두 사람은 "운동을 안 하면 더 아팠다. 희망을 갖고 이겨냈다"고 말한다.

◆항암치료 중에도 대회 참가

일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씨는 테니스, 수영 등 못하는 스포츠가 없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전문 다이빙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2006년 2월 갑자기 위궤양 증세가 있어 병원에서 조직 검사를 받았다. 평소 술을 좋아하는 이씨는 '그저 위가 좀 안 좋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위암'. 초기였지만 전이를 우려해 위의 70%를 잘라 내야 했다. 수술 후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도 없었다. 점점 음식 섭취량을 늘려가고 집에서 쉬며 병과 싸웠다. 투병생활을 시작한 지 6개월쯤 지나자, 이씨는 운동 생각이 나 견딜 수가 없었다. 병원에서는 "무리한 운동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씨는 다시 집 밖으로 나갔다. "주위에서 '미쳤다'고 말렸어요. 그래도 운동을 안 하면 더 아픈데 어쩝니까. 나가서 달렸지요."

발병한 지 1년 여가 지난 2007년 4월, 이씨는 천안에서 열린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나갔다. 수영 1.5㎞, 사이클 40㎞, 마라톤 10㎞를 완주하는 올림픽 코스였다. 가장 짧은 코스였지만, 한때 암으로 투병했던 이씨가 올림픽코스에 참가하자 주위 사람들은 놀랐다. 올해 6월엔 제주도에서 열린 '킹코스 대회'에 출전했다. 수영 3.8㎞, 사이클 180.2㎞, 마라톤 42.195㎞ 코스를 완주해야 하는 가장 긴 경기였다. 예전에도 수 차례 완주했지만 투병 생활 동안 운동을 쉰 탓인지, 결과는 실패. 이씨는 "실패했지만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이기지 못할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폭우 속 완주에 성공!

클럽 회장인 이씨가 발병한 지 한달쯤 후, 이번엔 주석완씨가 암 선고를 받았다. 변비가 심한 찰나 건강검진을 받았더니 재검사를 요구했고, 결국 '대장암' 판정이 나왔다. 의사가 '종양'이라고 말할 때도 심각하게 와 닿지 않을 정도로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 후 6개월간 36회의 방사선 치료와 수술이 이어졌다. 인공항문을 달았던 기간 동안에는 하루 종일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했다. 100㎏에 육박하던 몸무게도 20㎏ 넘게 줄었다. 주씨는 '남은 인생, 남에게 봉사라도 하자'는 생각에 병원의 임상실험에도 응하고, 장기기증서에도 서명할 만큼 마음을 비웠다. 몸이 조금 회복되자, 주씨 역시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항암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작년 7월엔 강원도 철원에서 열린 하프코스에 출전했다. 가족, 의사 모두 말렸지만 주씨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동호인들은 암 투병 중 경기에 참가한 주씨를 위해 "나의 혼불", "얼른 나아서 밤의 세계(술 자리를 의미)로 돌아오라"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응원했다. 주씨는 폭우 속에서도 완주에 성공했고, 지금도 '심하지 않을 만큼' 연습을 한다.

◆트라이애슬론은 '정직한 운동'

이씨와 주씨는 트라이애슬론에 대해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려운 운동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서 '철인 경기'로 불리면서 아무나 할 수 없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다는 것이다. 주씨는 "트라이애슬론은 연습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는 정직한 운동"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모두 "암 투병 후 몸이 가벼워져 오히려 기록은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주씨의 앞으로의 목표는 사하라나 고비 사막에서 열리는 힘든 경기에 도전하는 것이다. "(암을 이겨내려면)사랑하는 대상을 놓치지 않고 붙잡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게 가족이든지 운동이든지 말이죠."(주석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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