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하루에 시 하나 005
몽혼
近來安否問如何 근래안부문여하
月到紗窓妾恨多 월도사창첩한다
若使夢魂行有跡 약사몽혼행유적
門前石路半成沙 문전성로반성사
요즘 안부를 묻습니다. 당신 잘 계신지요.
달 비친 비단 창가에 제 슬픔이 깊습니다.
만약 꿈속 혼이 다닌 길에 자취가 남는다면
임의 문 앞 돌길이 반쯤은 모래가 되었을 거예요
조선 중기의 여류시인이었던 이옥봉의 <몽혼>이라는 작품이야.
나는 한시는 잘 모르는데, 어렸을 때 이 한시를 읽고 유독 기억에 남아서 가끔 생각날 때마다 이 시를 찾아서 읽어보곤 해.
이옥봉이라는 여자는 양반인 아버지, 천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또 시를 지을 수 있을 정도로 교육을 받고 자란 인물이었어. 그렇지만 17살에 결혼한 남편이 1년만에 죽게 되고, 창창한 나이에 과부가 되어 생을 마감할 뻔.. 하다가 한양에 올라와 세상과 교류하면서 견문을 넓혔지.
그러다가, 조원이라는 사람을 보고 한 눈에 반해서 바로 고백을 했는데, 조원은 이미 결혼을 한 몸이라 받아주지 않고.. 결국은 이옥봉의 아버지가 조원과 조원의 장인을 찾아가서 이옥봉을 첩으로 받아달라고 요청을 해서 결혼에 성공하게 됐다고 해.
결혼을 할 때의 조건이, 다시는 시를 짓지 않는 것이었다고 하는데.. 훗날 이옥봉이 억울하게 죽을 처지에 처한 한 백정의 아내의 부탁으로 선처를 호소하는 시를 지어주고, 실제로 선처를 받게 되는 일이 생기거든.. 그래서 조원이 부녀자가 나랏일에 참견해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된 것이 옳지 못하다고 해서 이옥봉을 내치거든.
이옥봉은 평생을 조원을 그리워하면서 살았는데, <몽혼>은 몸은 떨어져있지만 영혼만큼은 그 사람과 늘 함께 하는 마음을 담은 절절한 사랑시야. 시사에 길이 남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지녔던 인물이었지만 신분이나 성별로 인해서 세상에 나설 수 없었고.. 또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지 못했던 이옥봉의 삶을 생각하면 참 안타까운 것 같아.
그리고 또.. 나도 누군가 내게 이런 사랑을 줄 수 있다면 나는 꼭 그 사람의 편이 되어줄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이옥봉의 남편인 조원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기록에 남겨진 이옥봉의 초상화를 보면 상당한 미인이던데,
재능과 아름다움을 가진 여자가 나만 사랑한다고 하면서 저런 시를 지으면 브로들은 어떨 것 같아? ㅋㅋ
오늘은 휴일이라 하루종일 컴퓨터에 접속을 안 해서 하루에 시 하나 못 올릴 뻔했네 ^^..ㅋㅋㅋ
앞으로는 좀 더 부지런하게 올려볼게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