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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지리산 종주

선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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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전 아들과 함께 한 지리산 종주

 

 

지나온 능선길과 세석대피소.jpg

산행날짜 : 2010. 8.7.土.02:30분:~ 8.8.日.14:30분

산행코스 : 성삼재 - 삼도봉 - 화개재 - 연하천 - 벽소령 - 세석(1박)

장터목 - 천왕봉 - 장터목 - 참샘 - 백무동

산행거리 : 33.9㎞

산행시간 : 23시간

 

산행을 하면서 아들과 함께 지리산을 종주해보자는 것이 이 삼년 전부터 소원이 되었고 마침내 그 소원을 이루고 돌아왔다. 함께 걸었던 스무 몇 시간의 추억이 삶을 살아가면서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남기를 기대해본다.

 

 

 

 

성삼재를 출발하면서 도시에서 볼 수 없었던 선명한 밤하늘의 별들.

 

새벽이 오면서 새들의 지저귐과 나무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좋다는 아들.

 

형제봉을 지나면서 내린 소낙비를 맞으면서 울음을 머금고 걸었던 그 순간.

 

세석대피소에서 점심 겸 저녁을 먹으면서 떨고 있던 모습.

 

촛대봉에서 바라본 장엄한 일출광경에 넋 없이 바라보던 모습.

 

천왕봉 가기전 운무가 사라지고 몰려오면서 멋진 풍광에 감탄사를 연발하는 모습.

 

백무동 다 와서 땅벌(사투리로 땡삐)에 물려 팔짝팔짝 뛰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지리종주를 가는 날이 마늘은 오후 1시부터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사찰체험(txmple stay)을 한다고 지리산 어느 산사를 찾아 떠나 버려, 작은 놈 혼자 가족들한테 왕따를 당한 셈이 되어 버렸다. 처형집에 맡겨두고 금욜 저녁23:00시경 부산을 떠나 토욜 새벽 2시20분경에 성삼재에 도착한다.(당시 하루 주차비 : 10,000원임)

 

 

 

 

불꽃이 터지면서 하늘에서 내리쏟는 것 같은 밤하늘의 별들이 성삼재 하늘에서 우리 일행을 맞이한다. 야간산행을 자주 하지만 이런 별잔치를 보기란 쉽지 않아 아들에게 하늘을 바라보라고 권했지만 대답은 간단하다. 많네...ㅎㅎㅎ.

  

 

노고단를 지나 노고단 고개까지 1시간여가 소요가 되었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화개재를 향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한다. 헤드랜턴을 챙기지 못해 일행의 여유 랜턴을 빌려서 어둠속을 천천히 진행을 한다. 임걸령에 도착하니 산새들의 지저귐과 함께 어둠이 물러가고 새벽이 찾아온다. 이후 같이 간 일행들을 먼저 보내고 아들 속도에 맞추어 진행을 하는데 화개재 내림길인 계단에서 많이 따분해졌는 지 토끼봉 오름길까지 가다 쉬다를 자주 하면서 진행을 하고, 11시쯤 되어서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는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을 한다. 먼저 온 일행들이 식사준비를 다해서 내가 가져간 쇠고기를 안주 삼아 소주를 세병정도 비우면서 느긋한 아침 겸 점심식사를 즐긴다.

 

  

1시정도 되어서 벽소령을 향해 출발을 하고 많이 힘들텐데 아직 그렇게 내색을 안하고 묵묵히 진행을 한다. 구름이 많아 조망도 없을텐데 형제봉 전망대에도 올라가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아들이 대견스럽고 지리산 종주는 원만하게 이루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곧 지리산은 소나기를 퍼 붓기 시작하고 물에 빠진 생쥐처럼 비를 맞으면서 2시 20분 정도에 벽소령에 도착을 하니 아들이 내려가자고 한다. “지리산 종주는 지옥이다”라는 표현을 하면서...

 

아공...아들 설득작업에 들어간다. 10여분 정도 설득을 하나 토라진 아들은 말이 없다. 안되겠다 싶었는지 세석가는 길을 비를 맞고 1시간여 동안 말없이 빠른 속도로 간다. 오늘 산행 중 가장 빨랐던 구간 같다. 다행히 비가 그치고 세석까지의 어렵고 힘든 구간을 진행하고 세석에 도착하니 오후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저녁을 먹고 나니 아들은 대피소로 들어가 바로 잠을 청한다. 아들 몫까지 챙긴다고 무거운 배낭무게에 나두 발바닥이 조금 후끈거리고,,, 다들 피곤한 모양이다. 가져간 고기와 술이 남아서 옆테이블의 산님에게 주고 9시가 좀 못 되어서 다들 취침에 들어간다. 달콤한 단잠을 자고 4시반경에 일어나 산행을 다시 시작한다. 아들을 깨워보니 몸상태는 괜찮은 것 같다. 천왕봉은 안 갈거냐고 물어보니 “안갈래”라고 한다. 나중에 또 마음이 변하겠지,,,ㅎㅎㅎ,

 

   

 

새벽5시를 조금 넘겨 촛대봉을 올라간다. 30여분정도 가니 촛대봉엔 일출을 보기위해 제법 많은 산님들이 모여 있다. 우리도 올라가서 해가 떠오르기를 초조하게 기다린다. 순간 일출이 장엄하게 시작된다. 아들은 난생처음 이런 일출모습에 넋이 빠진 듯하다. 오늘처럼 멋진 일출 모습은 보기 어려운데.

 

 

촛대봉의 일출 시시각각 변하면서 보여주는 지리의 멋진 모습에 매료되었는지 장터목까지 가는 오름길을 힘들어하지 않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면서 가는 듯하다. 다람쥐와 잠자리가 친구가 된다,,,장터목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으면서 “천왕봉 안 갔다 오고는 지리산 종주했다고 이야기 못한다“고 하자 가만히 생각하더니 따라나선다. 천왕봉까지는 1.7Km, 왕복 3.4K로 천천히 다녀와도 2시간이면 될 것 같다. 아들놈 상태도 괜찮고.

 

  

장터목에서 제석봉오름길이 조금 가파르지만 잘 올라간다. 제석봉 가기전에 고사목 군락지도 둘러보면서...경치가 좋은지 사진 찍을 때 표정도 밝아 보인다. 통천문 앞에서는 바위에 글씨가 씌어진 곳에 올라 포즈도 취해보고 사진도 찍어준다. 천왕봉에 먼저 도착해 있던 일행들과 단체사진을 찍고 시시각각 변하는 천왕에서의 경치를 느긋하게 즐기고 다시 장터목으로 출발한다. 장터목까지 선두에 서서 쉬도 안하고 간다. 내림길이라 별로 힘이 들지 않나보다.

 

 

이제 내려가기만 하면 산행이 끝난다라는 기대감인지 아들이 선두에 서서 잘내려간다. 참샘에 도착해서 얼음장같은 약수물을 한잔하고 머리에 한바가지 부어서 몸의 더위를 식혀본다. 이제 한시간 반정도만 가면 백무동 계곡쪽으로 떨어질 것 같다. 밑으로 내려올수록 기온차이가 서서히 난다. 주능길의 바람은 선선하더니 날머리가 가까워올수록 습하고 따스한 바람이 몸을 감싼다. 백무동 계곡 다 와서 앞에 가는 아들이 땅벌에 발과 손이 쏘인다(처음엔 무슨 벌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택시기사한테 물어보니 땅벌이라고 하여 알았음). 나 죽는다하고 펄쩍펄쩍 뛰면서 엉엉 우는 아들놈을 달래고 날머리에 도착해서 택시를 불러 차가 있는 성삼재로 가서 차를 회수하여 백무동에 있는 일행들을 태우고 부산으로 오면서 산행을 종료한다.

 

 

 

신발 깔창을 엉뚱한 것을 가지고 와 걷는데 많이 힘들었을 텐데도 끝까지 완주해준 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내려오는 길에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하니 이번 주중에 함께 해야겠다.

첫째날 세석까지 일반산행을 하는 분들도 힘들어하는 길을 비를 맞으면서도 “종주는 지옥이다”라면서도 끝까지 목적지까지 함께 하고, 둘째날 제석봉을 지나면서 2년정도 있다가 겨울에 지리산 종주를 해봤으면 하는 바램을 피력하니 넘 고맙고 대견스럽다.

 

 

 

사랑하는 아들아.

 

인생은 쉽고 편한 길만 있는 것이 아니란다.

 

어려움이 닥칠 때 회피한다고 해결되어지는 것 또한 아니란다.

 

어려움을 극복하지 않고 얻는 것은 자기 것이 아니며, 자기것이 되더라도 빨리 없어지고 만단다.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는 싸워서 풀어가고 헤쳐 나가야 비로소 자기 것이 되고 오래도록 남는단다.

 

항상 잊지 말고 너만의 인생 멋지게 살아가길 바라면서.

 

다음 산행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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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 헤리 Bro 포함 3명이 추천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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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Madlee 21.06.17. 17:28

아들과 함께한 산행 뭔가 멋지네!

 

브로가 쓰는글이 웬지 소설같은 느낌도 들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주는 편지같은 느낌도 있어서

 

읽는내내 마음이 따뜻해졌어!

 

마지막에 땅벌에게 쏘인것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아버지와 아들의 잊지못할 추억을 하나 만들었네

 

나중에 아들도 결혼하고 아들이 생기면 분명 산에 끌고갈 날이 오겠지? 아니면 3대가 다같이 산행하는 날도 올꺼야!

 

다음 산행도 기대하고 있을께!

 

ps.사진이 깨져서 안타깝지만 글을 읽으면서 상상하니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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