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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연애 2년만에 재회 후기 써보려 합니다.

sik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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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여.

 

 

저와 여친은 2년 전에 300일 남짓을 만나다가 헤어졌습니다.

 

일단 제가 권태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 상태에서 해야 할 일은 너무 많고 머리가 참 복잡한 시기였어여. 여친이 서운함을 토로하는 간격이 점점 짧아졌고 제가 먼저 이별을 고했습니다.

 

근데 저를 붙잡지도 않더군여. 알았다는 한 마디만 남기고 뒤도 안 돌아보고 가더라구여.

 

사람이 참 간사하져, 쌓여있던 일들이 모두 정리되고 연애의 피로감도 잊어갈 무렵이 되니 후폭풍이 밀려왔습니다. 성격 좋아하는 가수 음식 취향 유머 코드까지 다 맞았던 그녀가 그리워진 겁니다.

 

헤어진 지 반년이 조금 넘은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진짜 한심하지만 양심도 없이 그 친구의 집 앞에 찾아가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웃으면서 반겨주더라고요.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기간 있었던 일이나 사귀던 시절 시시콜콜한 추억으로 얘기를 한참 나누다 결국에 진짜 하려던 얘기를 꺼냈습니다.

 

내가 바보였다고, 나와 너무 잘 맞았던 네가 그립다고, 다시 만나자고.. 근데 그 친구가 말하더라구여, 너랑 내가 잘 맞는 것처럼 느껴진 건 내가 너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다 맞춰줬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 걸 거라고,

 

미안하지만 다시 만나기 싫다고, 정 그렇게 내가 그리우면 친구로 지내자고요. (자기는 붙잡으러 온 건지도 몰랐대요)

 

정신이 들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이기심으로 다 잊고 잘 지내고 있는 여친을 제가 너무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여. 못 살게 굴어서 미안하고 다시는 이런 연락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서울 오면 밥 한 끼 하자고 말은 꺼냈지만 진짜 만날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그 상태에서 일 년하고도 3개월이 조금 지났습니다. 어이없게도 헤어지자고 말한 건 전데 거의 2년 가까이 후폭풍에 쳐맞고 살고 있었어여.

 

전 제가 뱉어놓은 말이 있기 때문에 절대로 연락 안하고 있었습니다. 술먹고 전화하고 싶은 충동이 아무리 강하게 들어도 참고 지냈어여.

 

근데 얼탱이없이 2주 전 참이슬 빨간병을 3병 넘게 빨고 주정뱅이가 되어서 새벽에 전화를 건 겁니다. 전화는 받지도 않았는데 이미 울면서요 ㅋㅋㅋㅋㅋㅋㅋ 그 친구는 전화를 받았고 결국 중간지점에서 여차저차 만나게 되었습니다.

 

진짜 꺼이꺼이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상태로 울면서 용서해달라고 다시 만나자고 거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습니다. 여친은 대차게 거절하면서 뭐라뭐라 모진 말도 했는데 제가 만취상태라 딜이 안 박혔던 것 같아요.

 

다음 날 일어나서 이불 젼나게 찼습니다. 뜨문뜨문이긴 하지만 축구 경기 하이라이트처럼 중요했던 순간은 다 기억나더라고요.

 

거의 오열하면서 붙잡다가 친구로 지내자는 말을 듣고, "알았다, 그럼 친구끼리 영화나 보자, 그럴 수 있는 거 아니야?"라고 제가 대답했던 기억 말이에요.

 

뒤집어진 속을 부여잡고 그 친구한테 카톡을 했습니다. '진짜진짜 미안하다, 추잡하게 이럴 생각 없었는데..

 

근데 내가 했던 말들 취기에 한 말은 아니다. 평소에 하고 있었던 생각들이다' 하고요. 근데 예상외로 긍정적인 카톡이 왔고 결국 취중에 잡은 영화 약속이 성사되었습니다.

 

같이 영화를 보고 나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친구는 나를 한참 전에 정리하고 잊고 살았는데 하루 아침에 고백을 받아준다는 건 말이 안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가능성이 있다.

 

카톡이나 전화하고 싶은 것도 참으면서 친구로서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약속을 잡아서 같이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카페에 가고...

 

싫다고 하면서도 약속에 꼬박꼬박 나와주는 그녀를 보면서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고 며칠 전 손 잡기에 성공한 다음 재고백 했습니다. 맨정신에 하는 고백이라 엄청나게 떨렸지만 솔직하게 진심을 전했어요.

 

그 친구는 아무 말도 못 하더군요. 또 눈물이 나기 시작하는데 맨 정신에 울어본 거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으면서 대답 안 해줘도 된다고 말없이 집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어요.

 

그 친구가 저를 잡더라고요. 바로 대답해줘야 하는 거냐고, 나도 시간이 필요하지 않냐면서요. 내가 좋고 같이 있으면 행복해지지만 너무 두렵대요. 다시 이별이 반복되고 제 맘이 식을까봐요.

 

전 제가 이 상황에서 뭐라고 말해도 만나기 위해 꾸며내는 말처럼 들릴 것 같아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 천천히 대답해줘도 된다고 하고 그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엉엉 울었어요. 사실 그녀가 말은 그렇게 해도 결과는 거절일 것 같다는 직감이 너무너무 강하게 들었거든요.

 

며칠 뒤에 연락이 와서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손을 잡고 공원을 걸으면서 얘기를 나눴어요. 그녀가 얘기했습니다. "사람들이 나 배알도 없는 년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저는 그런 사람 있으면 찾아가서 내가 바짓가랑이 잡으면서 붙잡았다고 얘기하겠다고 장난식으로 얘기했습니다.

 

결국 승낙을 받아냈습니다. 다시 만나게 된 거죠. 그 순간에 정말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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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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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깨똑 21.01.30. 20:48

진짜 멋있고 대단해요..

어떻게 반년동안, 그리고 2년동안 참으실 수 있었던건지... 저같으면 절때 못할 행동이네요

오래가세요!!

sikker 21.01.30. 20:48
깨똑

사실 전 제가 반년이나 이년 참은 것보단 그렇게 오랫동안 미련 못 버린게 더 신기한 것 같아요.

좋은 결과가 되어서 망정이지 연애 평생 못할 뻔 했습니다 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2등 우스 21.01.30. 20:48

정말 축하드리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저도 3년전쯤에 헤어진 친구랑 재회를 하기 위해 연락중인데 힘드네요...ㅠㅠ 저도 작성자님처럼 되기를 바래봅니다 ㅎㅎ

3등 채스 21.01.30. 20:48

어휴ㅋㅋ 딱 보니까 알콩달콩 사귀다가 결혼까지해서 애 잘 낳고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사는

그다지 별 볼 일 없는 팔자네 백년해로 밖에 못 할듯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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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E KEI 21.02.02. 03:14

연애에서 중요한건 성장이라고 생각해. 브로의 앞에 좋은 일들이 있길

sung39353 21.03.01. 05:11

두번째 재회이니 앞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시길

skaakd 21.03.06. 00:52

화이팅이다 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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