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30대 호구 아재의 1st 후기 - 1일차
올해 꾼 총 5번의 꿈중에 3번의 꿈만 적을 예정입니다.
나머지 두번은 그냥 말 그대로 먹고 자고 씻고 워킹갔다가 헐리 가서 자고 맛사지 받은
얘기 밖에 없어서 재미가 없을듯 하여 제외하겠습니다.
결론은.. 복창터지는 30대 호구 아재 까올리의 소소한 이야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아, 그리고 전 자세하게 기억나는대로 적습니다. 사진도 없어 별로 재미 없을겁니다. 재미 없으시면 패쓰하세요~
첫번째 이야기 풀어보겠습니다.
#1. 출국
언제나 그렇듯 공항에 일찍 도착한적이 없다. 티켓팅 마감시간이 다되어서야 땀 뻘뻘
흘리면서 티켓팅 데스크 앞에 섰다.
한손에는 기내용 트렁크, 어깨로 대충 둘러맨 보스턴백 아래로는 30대 전매특허인 똥배가 뽈록
튀어나와 있고 대충 눌러쓴 뚜껑을 살짝 들고 흐르는 땀을 닦는다.
"티케팅이 많이 늦으셨네요, 곧 마감시간이라 빨리 발권해 드릴께요~"
"넵.. 감사합니다. 혹시 옆자리 비어있는 창가석 있을까요?"
"네 아직 해당좌석이 있긴한데.. 오늘 거의 풀부킹이라 옆에 앉으실 확률이 높아요. 그리고 뒤쪽 좌석인데.. 괜찮으세요?"
"네~ 상관없습니다. 그걸로 부탁드릴께요."
원래 비행기를 타면 갈때는 기내식 먹은 후부터 랜딩할때까지 딥슬립, 올때는 비행기 뜨기전부터 랜딩할때까지 딥슬립이라.. 옆자리만 비어있다면 앞쪽자리, 뒤쪽자리 상관이 없다.
티켓팅을 끝내기가 무섭게 출국심사를 마치고 게이트로 이동한다. 항상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면세 쇼핑은 해본적이 없다. 항상 사가는 담배 한보루가 끝. 원래는 더블블랙 한병도 항상 샀지만 이번에는 먼저 넘어가있는 친구새끼가 두병을 사가서.. 생략하기로 했다.
담배 한보루 사서 보스톤 백에 쑤셔넣고 시간을 보니, 보딩타임 10분전이다. 빠르게 빠리바게트로 이동해서 모카 한잔 사 시켜들고 흡연실로 향한다. 보스톤 백에 잡동사니를 막 쑤셔넣은 탓에 담배 찾기가 쉽지 않다.. 안그래도 체력 저질인데 담배 찾다보니 땀이 또흐른다.. 젠장..
담배를 찾아 한대 꼬나물고 그제서야 먼저 넘어가있는 친구에게 카톡을 넣는다.
"야 나 곧 보딩, 어디냐?"
"나 워킹가는 중.. 몇시도착이야?"
"빨리도 가네 ㅋㅋ 도착하면 1시넘을걸? 시간봐서 헐리 갈만하면 가고.. 아니면 걍 잘래. 아니면 니가 알아서 잘 골라놔 보던가.. 내 취향 알지?"
"몰라 ㅆㅂ 괜히 골라놨다 욕얻어먹기 싫어.. 니 맘에 안들면 나만 지랄이자네."
"알았다.. 니 알아서 하고.. 도착하면 전화할테니까 전화나 처 받어."
"ㅇㅋ"
간단히 카톡을 끝내고 담배를 끄고나니, 이미 보딩시간이 지났다. 뭐 어짜피 보딩탐에 맞춰 가봤자 줄만 길게 서있을꺼 뻔해서.. 담배하나를 더 입에 물고 쭉쭉 빨아댔다.
태국 갈때마다.. 가는 그날 그 순간까지 일에 매달려 있어서.. 가서 뭐하고 뭐먹고.. 이런 계획을 세워 본적이 없다. 항상 비행기 타기전 담배피면서.. 이런저런 생각 하다가 에이씨발 몰라 가보면 답 나오겠지 하고 간다.
그래도 이번에는 친구새끼 있으니까.. 좀 더 움직이긴 하겠구만.. 생각하며 올해 첫 태국방문이 불현듯 떠올랐다. 일에 너무 쩔어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 방으로 애들만 부르고 잘 나가지도 않았던 지난달의 태국.. 좀 활동적으로 놀아보자 라는 생각에 한달만에 다시 넘어가지만 그다지 뭘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하지만 가면 무슨일이든 생기긴 생길걸 알기때문에.. 걱정이 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두번째 담배는 역시 끝까지 태우기는 힘들다.. 대충 피고 소등하고 나가 게이트로 어슬렁 어슬렁 이동 한다.
역시 게이트에는 아직 탑승하지 못한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빨리 타봤자 뒤까지 쑤시고 들어가기 불편하기나 하고.. 그냥 아싸리 늦게타자는 생각에 의자에 앉아버렸다. 공항까지 오기만 하는것도 굉장히 지치는 일이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사람이 거의 다 탄듯 하다. 주섬주섬 보스톤백을 한쪽어깨로 대충 매고 기내용 트렁크 질질 끌고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 아시아나.. A380.. 뱅기는 크고 넓어서 좋지만 사람이 많다는건 어쨌든 탑승시 단점이다. 내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뒤로 이동하면 할수록.. 드문드문 빈자리가 보인다. 그리고 찾아간 내자리.. 옆자리가 비었다..ㅋ 꿀이다. 편하게 자면서 갈수 있겠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뱅기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창밖을 봤다. 지긋지긋한 한국.. 숨쉬기도 힘든 이곳을 또 벗어난 다는 생각에 약간 흥분이 되지만.. 이 흥분은 태국을 간다는 흥분은 아닌듯 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불현듯.. 차라리 지난 방문때의 그녀에게 호텔로 오라할까.. 라고 생각하며 라인을 열었으나 그냥 조용히 폰을 비행모드로 바꿨다. 시작부터 꼬이면 모든 일정이 꼬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차라리 첫날 혼자 잠좀 자는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가 서서히 움직인다. 뭔가 잊은게 없는지.. 기껏해야 바트, 5만원짜리, exk카드 정도 체크하면 되는거지만....아! 그러고보니 오늘 잘 호텔이 어딘지 모르는구나....ㅡㅡ 친구새끼가 호텔잡고 내가 풀빌라 예약하는 바람에.. 급하게 다시 핸드폰의 비행모드를 풀고 친구에게 톡을 넣으려는 찰라 진동이 울린다. 알림이 안뜨는거 보니 라인 메세지인데 누구지? 일단 시간이 없으니 친구한테 먼저....
"야 ㅆㅂ 호텔어디야, 택시기사한테 얘기 해놓은거야?"
........
답이 없다.
"야 나 뱅기 뜬다고~~ 이거 보면 카톡 남겨!"
확인도 않는 카톡창을 들여다 보다가 문득 아까 울린 진동이 생각나 라인을 열었다.
어라.. 아까 잠깐 생각한 푸잉에게서 사진이 와있다. 열어볼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사진을 열어보니.. 이 미친새끼.. 그새 이년이랑 사진을 찍었네..
사진을 확인하기가 무섭게.. 라인이 또 하나 뜬다.
"Oppa come pattaya today? I meet you friend in walking street!"
아.... 개새끼.. 도시락 참 잘도 싸는구나.. 니새끼를 믿은 내가 병신이다..
"Ok.. I'm in airplain now. But I'll sleep alone tonight. tired little bit."
대충 혼자 있을거라고 의지를 밝히고.. 비행모드로 바꾸려는데 또 오는 라인..
"Noo ga nu rang jan dae? Byung sin....kkkk."
미친새끼.. 지 폰이나 볼것이지....
"니 폰이나 좀 처 들여다 봐라.. 내가 차마 얘가 나중에 찾아볼까봐 뙇 얘기는 아니하는데.. 도시락 잘도쌌다 개새꺄...."
"I know.. Thank you na kab"
아.. 시작부터 존나 꼬이는 느낌이 확 온다..
카톡을 재빨리 열어
"그 도시락 폐기해"
라고 짧게 카톡을 남기고.. 비행모드로 바꿔버렸다..
아.. 그러고보니 호텔얘기는 안했네.....아....설마 남겨놓겠지..인간이면....개새끼.. 안물어보면 알려주지도 않네.. 빡치게..
#2. 도착
약간의 소음과 흔들림에 잠에서 깼다. 아.. 벌써 도착한건가? 살짝 실눈을 떠서 창밖을 바라보니 빨간 불빛들이 내 시선 높이에 보인다. 기내식 먹고 한번도 안깨고 꿀잠을 자고나니 몸이 한결 가볍다. 장시간 앉아만 있어서 꼬리뼈가 살짝 아프긴 했지만.. 하늘에 떠있어도 30대 아재의 중력은 이길 방법이 없구나 ㅆㅂ..
안전벨트 불이 꺼지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벌떡 일어나 짐을 꺼내기 시작한다..
난 어짜피 뒷자석이니.. 일찍 나가는건 포기했다. 어짜피 수화물이 없기때문에 이들보다는 일찍 나갈걸 알기때문에 그냥 느긋하게 짐을 챙겼다. 어슬렁 어슬렁 걸어 나가면서 느껴지는 그 특유의 냄새.. 가 느껴지지 않았다. 한달만이라 그런가보다 ㅡㅡ
입국심사장에 사람이 좀 있다. 멍하니 기다리다가 비행기 타면서부터 궁금했던 호텔이 생각나 귀찮지만 와이파이를 잡아 카톡을 확인했다.
"아 미안 얘랑 얘기하다가..ㅋㅋ 비스타야~ 택시는 얘기했다이미~"
비스타? 내가 비스타를 간적이 있었나? 가물가물하다. 그 이후에 온 메세지의 내용이 가관이다.
"야.. 나 워킹에서 픽업 안할라했는데.... 해버렸다. 근데.. 니 갸랑 둘이 친해서.. 같이헐리간다.. 폐기불가."
아 이런 우라질놈의 새끼.. 장난하나 ㅡㅡ
"나 입국심사중. 헐리냐? 니가 둘다 댈꼬 자던지 알아서 해라~ 난 모르겠다."
내가 왜? 같이 논것도 아니고.. 술을 마신것도 아니고.. 델꼬 잠만자라고?? 미친놈 ㅡㅡ 니새끼보다 내가 먼저 올때 내가 뭔짓을 하는지 한번 봐라.. 형님캅들 열댓명 사가지고 꽃목걸이 들고 입국장앞에서 너 보쌈하게 만들어 주던지 할테니까.. 친구라는새끼가 존내 이기적이야 암튼 ㅡㅡ
이런저런 짜증을내며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내차례다. 항상 웃으면서 입국심사 받았는데 웃음이 안나와서 멍하니 있었더니.. 한참 나를 들여다 본다.. 살짝 미간을 찌푸리니..모자 벗으라는 시늉을 한다..
아... 바로 비굴모드로 쏘리를 연발하며 모자를 멋었다..미친 친구새끼 때문에 별.....ㅡㅡ
수화물이 없으므로.. 바로 유심을 사러 직행했다. 왠일로 AIS 부스에 사람이 없다. 기분이 급 좋아져서 부스 앞에 서서 여권을 꺼내려는 순간 직원이 손가락으로 뭔가를 가리킨다.
영어로 뭐라고 써있는 종이를 가리키는데 뭐지? 힐끗 보면서 여권을 꺼내다 잠깐 동작을 멈췄다. 시스템 다운?
아.. 그래서 사람이 없었구나...... 그럼 그렇지.. 옆 디텍 부스를 힐끗 봤다. 디텍도 마찬가지다..
아.. 진짜 꼬이네.. 일단 공항와이파이가 있으니까 여기서 친구랑 얘기 마무리 하고.. 택시기사 찾아서 넘어가야겠다 는 생각에 카톡을 열었다. 아직까지 보지 않은 빡친 나의 메세지... 아 진짜 이새끼가....ㅡㅡ
"야.. 유심 전산 다운되서 공항에서 못산다. 호텔도착하면 와파 잡아서 연락할테니까.. 연락하면 좀 받아라.. 그리고 나 진심 걔랑 안있을거야.. 니가 알아서 처리해 나 몰라. 일단간다."
택시기사를 만나러 3번게이트까지 가면서 톡을 보내고.. 택시기사를 찾기 시작했다. 저 먼 구석에 수줍게 서있는 푸차이를 발견하고 웃으며 헬로~ 하니 손가락으로 나와 종이를 번갈아가며 가리키며 "you? you?" 를 반복한다. 초면에 삿대질이야 이새끼가.... 일단 오케이 날려주고, 짐을 주면서.. 세븐에 갔다온다고 하니 "왓?, 왓?" 이지랄이다....
아.. 말 더하기도 귀찮고 그냥 세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가버리니 뒤통수에 대고 아하~ 한다..
담배피면서 마실 캔커피 하나, M150 한병을 사 쥐고.. M150 한병은 기사손에 쥐어주고 캔커피를 까서 반쯤 마셨다.
그모습을 유심히 보던 기사놈이 씩 웃으며 태국말로 뭐라뭐라 한다. 손모양을 보아하니 이새끼 오늘 저녁 떡을 위해 마시냐 듯 했다. 그냥 대충 마이다이 마이다이... 하고 귀찮아서 가자고 손짓하니 오케이오케이~~하면서 쫄쫄 쫓아온다.
택시기사와 함께 주차장으로가면서 흡연공간에서 가방을 뺏어들고 담배하나 필테니까 차갖고 오라고 하니 오케이를 손으로 날리며 차로 뛰어간다. 인천공항에서 피던 담배보다는 조금 여유있는 마음으로 담배를 꺼내들고 불을 붙였다. 몇모금 빨았을까.. 등으로 땀흐르는 느낌이 난다.. 덥긴 덥구나 ㅆㅂ..
택시기사가 어느새 차를 갖고와 내 짐을 트렁크에 실었다. 마지막 한모금까지 깔끔하게 빨아재끼고 차에 타자마자 빠이 빠따야 래우래우~ 한마디 하고..
유심도 없는 핸드폰 들고 할것도 없어서 또 잠에 빠졌다.
자다깨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두번째 톨게이트를 지나고 좀더가니 낮익은 파타야 글씨..왔구나 한달만에 또..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 하고 방으로 가서 일단 옷부터 훌렁훌렁 벗어재끼고 와이파이를 연결했다..
다행히 이새끼 톡은 보냈네..
"야.. 도착했냐? 얘한테 니가 보내라고 그랬더니.. 우는데??"
"헐리 앞 찜쭘집이야. 톡보면 일단 글로 와라.. 달래고 있다.."
이 미친새끼 무슨 사회봉사 나왔나.. 아 왜!! 딱 두글자 쓰고 핸드폰을 집어던지고 짜증나는 맘에 샤워나 해야지 싶어서 샤워실로 들어갔다. 대충 쓱싹쓱싹 씻고 나와서 핸드폰을 보니.. 이번에는 푸잉한테 라인이 와있다..
"Oppa, come to eat. just eating"
딱 보아하니.. 친구가 푸잉폰으로 보낸거다.. 얜 ing따위 쓸줄 모르는 애다..
추리닝 반바지에 반팔티 대충 걸치고 쪼리 질질 끌면서 어쩔수 없이 찜찜집으로 갔다.
#3. 떡정
찜쭘집에 도착하니 가관이다. 친구새끼는 한쪽에는 지푸잉, 한쪽에는 내 과거푸잉을 끼고.. 한쪽은 만지작거리고 한쪽은 등을 두들겨줄고 있다.
"너 이새끼 뭐하냐? 한쪽을 덜 쭈물덕대던가.. 한쪽을 걍 쌩까던가.. 하나만해라 좀.."
"니새끼 오는동안 내가 케어 해준건데 고마워 해야지 시끼야.."
"눈물겹다 씹새..."
테이블로 다가가면서 앉아있는 친구새끼와 대화를 하니 내 과거푸잉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더니 나를 빤히 올려다 본다.
그런눈으로 보지 말라고.. 맘흔들리게 ㅡㅡ
"Hello, How are you..?"
묻는 말엔 대답도 않고 갑자기 잔하나를 세팅하기 시작한다. 헐리 스티커가 붙어있는 1/3정도 남은 블랙을 콸콸넣고 얼음, 콜라를 넣고 대충 휘휘 휘젓더니 내 손에 쥐어준다.
뭐야.. 닥치고 술이나 마시라고..? 그래 마셔라.. 그냥 오케이 하며 받아들고 짠 하니.. 이 푸잉 지 앞에 있던 잔을 벌컥벌컥 원샷하더니.. 또 지 잔을 셋팅한다.
블랙을 너무 많이 넣는듯 싶어 술병을 뺏어들고 팔목을 잡아 일단 내 옆으로 데리고 왔다. 이렇게 처먹다가는 길거리에 버리고 가겠다 싶었다. 이미 많이 마신것 같은데..
옆에 앉자마자 내 팔에 팔짱을 끼더니 아이미스유, 와이 돈 원미 모어, 노머니 잇츠오케이 등등을 쏟아낸다.
그냥 가만히 있다가.. 유 마오 막막 래우 한마디 하니.. 팔짱을 슬쩍 빼고 고개를 푹 숙인다.
참고로 이 푸잉은 워킹에서 만난게 아니고 헐리에서 첨 만났다. 숏컷에 작은키 큰눈망울에 헐리에서도 그리 활발하게 논다기 보다 약간 쑥스럼 타는.. 아빠본능 불러 일으키는 아이였다. 우연히 테이블을 합쳤는데 옆에 딱 붙어서 수줍어 하는 모습에 내가 먼저 같이가자는 말을 했었다. 그 푸잉도 택시비같은 얘기 없이 그냥 같이 방에 갔다가 ㅇㄱㄱ에서 일한다는걸 알고 담날 아침에 택시비 두둑히 챙겨서 보내줬었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다음날도 계속 오는 라인을 거의 단답으로 대답하고.. 다시 자기를 보러 오라고 그러는걸.. 몸이 별로 좋지 않아서 쉰다는 누구나 다 아는 나 너 안만나라는 돌림말을 날리고 헐리를 갔다가 눈 딱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푹 숙이는게 안스러워서 하루 더 같이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오는 연락을 거의 무시하다시피.. 읽씹하거나 스티커도배질로 대충 보냈다. 더이상 얽혀봐야 피곤하단걸 겪어봐서 알고.. 멀리 있는데 정 줘봤자 서로 피곤한걸 알고 있는 나는 살갑게 대해주기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문득문득.. 올려다 보는 그 눈망울은 잊을수가 없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그애를 보고 있자니 맘이 짠하다. 갑자기 그냥 이런저런 생각하기가 귀찮아졌다. 혼자자건.. 옆에 누가 있건.. 여기서 뭐가 그리 중요한가 싶기도 하고.. 그냥 혼자 훌쩍 가버리기엔 나도 그리 독하지는 못했나보다.
이 썩을놈의 떡정 같으니라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애의 어깨를 뒤에서 잡고 일으켰다. 깜짝 놀랜 눈으로 나를 돌아보는 눈을 차마 보지 못하고 친구에게 얘기했다.
"야, 나 먼저 간다. 계산은 지은죄가 있으니까 니가 해라~ 참고로 난 술한잔 말아먹은거밖에 없다 ㅋㅋ."
"떡값 나한테 내라고 안하는것 만으로도 감사하네 ㅋㅋ 먼저드가~ 난 남은거 마저 먹고 갈께."
"아침에 일어나면 톡해.. 톡해서 답없음 나 먼저 걍 움직인다~."
"그려~ 연락해~."
둘의 대화를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 그 푸잉의 손을 잡고 끌었다.
"Let's go."
"where?"
"My room."
상황 파악이 안되는지 일단 일어나서 지 친구랑 포옹하며 인사하고.. 나한테 끌려오며 내친구에게 두손모아 고개를 숙인다.
걍 와 저딴새끼....
"Really go you room?"
"yes"
"Together?"
"yes"
단답.. 단답.. 근데 반응이 없다. 좋아서 펄쩍펄쩍 뛸줄 알았는데 이상하네 하고 얼굴을 보니..
살짝 미소를 짓고 있다.
너 이년.. 그 짧은시간에 레벨업했구나? 퀘스트를 얼마나 수행했간 그런미소가 나오냐 이냔아..ㅋㅋ
호텔로 가는 동안.. 하고싶었던 얘기를 했다.
혹시 내가 다른여자랑 있는 모습을 보더라도.. 이해해달라고.
난 여기에 사랑찾아 온게 아니라고..
친절하게 대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그게 서로에게 좋다고 얘기 하는데 아 이냔 핸드폰만 보고 있네...
역시.. 하루 다르고 보름다르고 한달다른게 파타야 워킹푸잉이라더니..
어쨌든 난 분명 말했고, 이해 하던 못하던 그건 너의 영역이니, 난 더이상 모르겠다 이제~
호텔로 올라가서 뭔가 실망스러운 모습때문인지.. 혼자 병신같이 씨부린 내가 존나 찐따같이 느껴졌는지 내가 짜증가득해서.. 아무말도 않고 걍 씻으러 화장실로 바로 들어가버렸다. 만사가 귀찮아서 대충 샤워하고 나와서 씻으라고 말하고 아래 수건만 걸치고 발코니로 나가 담배를 물었다.
어딜가나 국적불문하고 한결같은 년들은 없구나~ 내가 또 병신이지.. 하며 피식거리며 담배를 한대 피우고 들어와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 알람을 9시로 맞춰놓고 음악을 틀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나도모르게 살짝 잠에 들었나보다. 샤워끝난 푸잉이 침대에 걸터앉는 진동에 잠에서 깼다.
별로 하고싶은 생각도 없고.. 뭔가 내 기억속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에 실망을 해서인가 혼자 병신력 상승한 짜증에 그냥 안깬척, 자는척 했다. 한동안 침대에 걸터 앉아있다가 일어나 몸에 감싸고 있던 수건을 벗어 옆에 정갈하게 놓고는 건방지게 내 팔 한쪽을 들고 품으로 파고 들더니 내 배게를 배고 눈 앞에 얼굴을 턱 들이민다.
깜짝 놀래서 나도모르게 움찔 하면서 눈을 살짝 떴더니..
"Ok Oppa.. I can undestand you. But tonight together, and i think we can meet again sometime"
이 몇 단어의 나열들이.. 레벨업한 이 푸잉의 고객관리 능력인지.. 아니면 가끔이라도 같이 있어달라는 말인지 대가리를 이리저리 굴려보았으나.. 집중해서 생각할 환경이 아니다. 10센치도 안되는 거리에 눈과 눈을 마주치고 있으니..
그 10센치 밖의 눈빛이 연기라면.. 얘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니.. 맘이 씁쓸하다.
"Ok.. Thank you. sleep na."
등을 두들겨 주며 안았더니 더이상 붙을 것도 없을것 같은 둘 사이의 공간을 거의 밀다시피 밀착하며 다가온다.
슬립이라고 말하고도.. 바짝 화가 나있는 나의 넝차이는 그 푸잉의 허벅지를 찔러대고 있었고..
이 언행일치 안되는 좇대가리 같으니라고.. 속으로 욕을 하며 모르는척 누워있었지만..
어느새 그녀는 이불속으로 머리를 쑥 넣고 점점 밑으로 내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