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 · 중앙아시아(기타) [중앙아시아] 우즈벡, 키르기스 여행기 -2-
국가명(기타) | 우즈베키스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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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갔던 여행경로다. 개발새발 그리긴 했지만 여행기 볼때 참고가 될까해서 올려봄. O표 되어있는 곳이 내가 머무른 곳이다.
나는 타슈켄트에서 시작해서 서쪽 누쿠스와 무이나크에서 출발해 동쪽으로 쭉 이동하는 경로로 갔다.
내가 탄 타슈켄트-누쿠스 열차의 경로
가운데 부분을 10시간 정도 지나가는데 끝없는 사막지대이다.
침대열차를 많이 타봤지만 가장 불편했던 2등칸 좌석에서 맞는 우즈벡 사막에서의 아침
해뜨는 사막을 찍고 싶었는데 밤새 이슬비가 내렸는지 창가가 흙먼지 범벅이었다
우즈벡은 대부분 사막이나 스텝 지역이지만 겨울철에는 나름 강수량이 어느정도 있는 편이다.
적어도 건조주의보 쩌는 우리나라보단 습윤하고 날도 따뜻하고 훨씬 겨울 날씨가 괜찮았음
간이역에서 댕댕이
역에서 물이랑 컵라면을 보충하려고 했으나 차장이 내리게 해주지 않았다. 타슈켄트에서 짐이 너무 많고 피곤해서 보급은 정차역에서 하려고 했는데...
내가 탔던 열차 등급이 어지간히 좋지 않아서 승객들을 내리게 해주지도 않은 모양인가 생각이 들지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풍경은 죽여주는데 18시간 동안 목말라 죽는줄 알았다....
우즈베키스탄 서부 누쿠스에 도착. 오후 3시였다.
우즈베키스탄에서 그나마 타슈켄트나 사마르칸트 같은 깔끔한 대도시는 동부에 몰려있다.
서부는 사막지역이라 인구밀도가 낮고, 그나마 대도시 급에 끼는 누쿠스의 역전거리가 이정도 수준으로 정비가 잘 안되어있는 느낌이었다.
흙먼지 씹어가며 먹은 삼사(Samsa). 페스츄리 안에 고기가 들어간 고기빵인데 두개로도 식사거리가 된다.
18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역전에 바로 삼사 파는 곳이 있어서 다행이었음
끼니 좀 제대로 해결하려고 호텔 체크인 후에 검색한 현지 식당.
국수 요리인 라그만(Lagman)과 꼬치 요리인 샤슬릭을 시켰다. 라그만은 위구르 식으로, 샤슬릭은 카라칼팍스탄(지역 자치공화국 이름)식으로 주문.
위구르 라그만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국물많은 라그만이 아니라 소스를 끼얹는 방식의 국수였다. 고기가 큼직해서 맛있었음
그런데 라그만 다 먹고 한시간이 지나도록 샤슬릭이 안나왔다. 첨에는 준비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리는가 싶었지만 너무 안나오길래
이 사람들이 동양인 차별하는건가 싶어서 종업원에게 물어보니까 그냥 깜빡한거란다;
한시간만에 나온 카라칼팍식 샤슬릭은 양고기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안질기고 먹어본 샤슬릭 중에 가장 맛있었다.
하지만 삔또 상해서 샤슬릭 사진은 안찍음
다음날 대망의 무이나크(Moynoq)로 가는 당일치기 여정. 고갈된 아랄해 바닥에 녹슬은 배를 보러갔다.
우리나라에는 유투브 빠니보틀이 갔다와서 유명해진 곳이고, 나도 상당히 끌렸던 곳이였기에 기대를 많이 했다.
호텔에는 무이나크로 가는 시외버스 터미널로 택시 예약을 부탁했다.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향하는데...
무이나크로 가는 버스편이 있는 서부(Zapadny) 터미널이 아니라 북부(Severny) 터미널로 가는거였다.
나는 순간 멘붕이 왔지만 모로 가든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그냥 북부 터미널에서 내렸다.
여기에도 무이나크를 가는 버스편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보이는 버스 기사에게 무이나크 가냐고 물었고, 과연 버스기사가 간다고 하는거였다.
잠시 후에 있을 일을 모른 채 히죽대며 무이나크 가는 버스 편이라고 생각하며 찍은 버스 사진이다
그런데 왠걸, 무이나크 가기 전 마지막 도시인 쿤그라드(Kungrad)에서 버스가 서는게 아닌가.
차장으로 보이는 할배(사진에서 앞에 보이는)한테 물어보니까
"가는건 맞는데 버스가 거기로 가는건 아님. 무이나크 가는 택시를 탈 수 있다는 얘기지 ㅎㅎ" 이럼 ㅋㅋ
나중에 알고보니 무이나크로 가는 버스편이 불규칙하여 방금 탄 버스가 거기로 가는지를 확신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똥밟았다 생각하고 쿤그라드에서 택시(사실 택시라고 하기도 민망하고 그냥 자가용이 승합택시라고 영업하는 수준)을 잡으려 했다.
아닌게 아니라 도시가 완전 배수가 안되는 진흙탕이어서 실제로도 똥을 밟는 느낌이었다
결국 택시를 탔다. 기사는 10만숨(1만원)을 달라고 했다. 버스로는 1만숨(1천원)으로 가는데...
저때 우즈벡 돈 단위가 하도 적응이 안되서 대여섯번 다시 가격을 물어본 것 같다
기사 양반의 이름은 라시드 였는데, 한국 여자가 어쩌고 밤문화가 어쩌고 이상한 소리들을 했다.
나도 서투른 러시아어로 얘기를 해서 잘 이해를 못한 부분이 있을거다. 그래도 쇠락해버린 아랄해 인근에서 사는 사람이라 한국 같은 나라를 동경하는 느낌도 들고...
무이나크 이정표
무이나크의 배무덤
어제밤에 내린 눈인지 쌓여있는 눈인지 눈으로 하얗게 덮인 모습이다
아랄해의 고갈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
이런 곳에 "Seul" 서울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었다 (가운데 오른쪽 이정표)
내려가서 보면 이런 느낌
배에 올라가 볼수도 있었다
바다였다는 곳을 알리는 표시는 조그만 조개껍데기 뿐이다
공허감 상실감 그런 곳
겨울이라 더욱 쓸쓸한 느낌이었다
한 한시간반 정도 계속 배무덤에서 망연히 있다가 나왔다
담배가 각별했다
나오는 길에서 본 흙탕물 먹는 소
무이나크는 인구가 만명도 안되는 마을이다. 진짜 이게 마을에서 가장 번화가이자 유일한 곳이다
여튼 배무덤을 보고 바로 누쿠스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도시인 누쿠스에서 마을인 무이나크로 가는 버스는 불규칙적이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규칙적으로 차편이 있을 것 같았고 그 예상은 들어맞았다
버스를 타고 편하게 누쿠스로 돌아가는 듯 했으나...
그런데 왠걸, 버스가 가지를 않는거다. 알고보니 타이어가 펑크난 것이었다 ㅋㅋ
오른쪽에 우샨카 모자 쓴 기사 양반은 별일 아닌 듯이 스페어 타이어로 한참 고치다가 한시간만에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운행했다.
승객들도 참으로 침착한게 정말 이런 일은 일상다반사인듯 싶었다.
누쿠스로 돌아오니 벌써 밤 7시. 누쿠스에 있다는 유일한 한식당에 갔다.
그런데 왠걸, 한식당이라고 당당히 붙여놓은 주제에 라면 밖에 안 판다는 거였다.
이날은 단 한끼도 먹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이 라면에다 빵까지 시켜서 먹었다.
신라면 국물에 찍어먹는 호밀빵의 느낌은 참으로 각별했다...
힘겨웠던 무이나크와 아랄해의 마무리는 보드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