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 · 중앙아시아(기타) [중앙아시아] 우즈벡, 키르기스 여행기 -5-
국가명(기타) | 우즈베키스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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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디잔으로 가는 열차는 거의 매진되어서 자리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나마 남은게 윗칸이었고, 한밤중에 탔기에 짐 내려놓고 탑승하기도 엄청 힘들었다.
여튼 열차 타자마자 골아떨어지고 다음날 아침
험준한 톈산산맥을 넘어서 페르가나 분지에 들어섰다.
페르가나 분지는 척박한 중앙아시아에서 기후가 좋은 곳이고 우즈벡, 키르기스, 타지크 세나라 국경이 복잡하게 얽혀있여 분쟁지역이다
이번 열차에서는 페르가나 근처에서 사시는 무슬림 아재 두 명이랑 같이 탔는데, 아침 댓바람부터 이런 CBS 라디오 찬송가? 같은 노래를 틀어대서 절로 잠이 깼음;
아재들은 아랫칸, 나는 윗칸이라서 그런지 별 얘기는 안하고 아재들은 그냥 조용히 내리셨다. 피곤해서 내가 계속 졸았던 것도 있고
미루나루인지 여튼 휑한 나무그루를 죽 늘어다보며 홀로 있는 차칸의 창밖을 보니 센치해져서 노래를 들었다.
"Когда ты ушла почему так хорошо, тоска?"
(니가 떠나면 왜 이렇게 행복한걸까, 우울아?)
역 대합실에서 죽치고, 기차칸에 낑겨 새우잠을 자고, 국경을 넘고 하는게 무언가 도피하기 위한 발버둥이라는 생각을 하니 왠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래도 겨울 채소를 심는건지 간만에 푸릇푸릇한 밭뙈기도 보이더라
여튼 열차는 종착역인 안디잔 역에 도착했다.
안디잔은 키르기스스탄으로 가는 관문도시라고 보면 된다.
관광할 거리는 없고, 단지 중앙아시아에서 쫓겨나 인도 무굴제국을 세운 바부르(Babur)가 탄생한 곳이라 바부르 조각상 몇개만 있음
이거시 키르기스스탄 국경 마을로 가는 시외버스
우즈벡에서의 마지막 조형물
키르기스스탄 국경도시인 오시(Osh)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버스는 국경검문소 바로 앞에서 정차했다. 국경을 넘기 전 우즈베키스탄에서의 마지막 식사다. 카잔케밥 마싯엉
열차로 국경 넘는건 한번 해봤지만 이렇게 걸어서 국경을 넘는거는 난생 처음이었다.
코시국인데다가 나름 분쟁지역이라고 들어서 긴장하고 들어갔는데, 준비한 PCR 음성 검사지 딱 내미니 바로 프리패스였다.
뭐 마스크 하나도 안하는 사람들 북적대는거 봐서 알겠지만 코로나고 분쟁지역이고 뭐고 교류는 여전히 활발히 하는 느낌이 들었다.
우즈베키스탄 출국은 꽤 수월하게 넘어갔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출국장을 나오자마자 엄청난 인파가 있어서 지나갈 수가 없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PCR 음성확인서를 준비 못한 우즈벡 사람들이 PCR 검사를 여기서 받으려고 친 장사진이었다. 그 장사진을 뚫느라고 거의 한시간을 고생했다...
게다가 키르기스스탄 입국장으로 들어가는데 키르기스 군인들이 갑자기 나한테만 모든 짐을 다 끌러보라고 윽박지르는 것이었다.
아니 엑스레이 기기도 없고 딴 사람들은 그냥 넘어가는데 왜 나만 갖고 생트립을 잡았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다.
베낭을 주섬주섬 모든 주머니 다 열어제끼고 하느라 거의 십분 가까이 잡혀있었고, 뒤이은 여권 확인에서도 어디로 갈건지 경로 같은거를 일일히 캐묻고 다녔다.
우즈벡 출국장은 완전 프리패스였는데... 키르기스스탄에 대한 첫인상이 정말 좋지 않았었다.
더욱 짜증났던건 키르기스 입국장을 나오자마자 개떼처럼 달겨드는 호객꾼들.
타슈켄트 공항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오시가 인구 30만 남짓한 규모의 도시인데 뭐 그렇게 택시를 타라고 난리들인지
한 스무명이 한꺼번에 나한테 달겨드는데 질려버려서 환전만 빠르게하고
"니 나다(필요없다는 뜻)! 니 나다라고 시발롬들아!!!" 존나 소리치고 도망쳤다.
저 개떼같은 호객꾼들에게서 초스피드로 도망쳐 온 현장감
어쨌든 키르기스스탄에서의 첫 인상은 우즈벡과 다르게 매우 드러웠고, 지친 몸을 이끌고 탄 버스에서 본 환영 표지는 감흥이 없었다.
그나마 전날 예약한 호텔은 시설이 오래되었지만 꽤 괜찮았고,
유심칩을 새로 사러 들어온 핸드폰 가게에서 여직원들이 한국에 대해 관심깊게 얘기를 하는거에 그나마 마음이 조금 풀렸다.
막짤은 키르기스스탄 돈인 키르기스 솜(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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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오시에서 비슈케크까지의 여정 이야기이다. 이게 고생 맥스게이지를 찍은 경험이다...
접하기 쉽지 않은 나라 여행은 어떤가요 용기와 도전이 필요 할거 같아요 브로 참으로 멋있습니다
대단하신거 같아요 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