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 · 중앙아시아(기타) [중앙아시아] 우즈벡, 키르기스 여행기 -8-
국가명(기타) | 키르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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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키르기스스탄 여행의 처음과 끝이라고 생각한 것이 바로 이식쿨 호수이다.
이식쿨 호수는 세계에서 티티카카호 다음으로 큰 산정호수이고, 풍경이 죽여줄것 같았다.
전편에도 말했지만 키르기스 여행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은 아무것도 짜지 않았기에, 막연히 이식쿨 호수에 가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비슈케크 알라아르차에서 만난 키르기스 친구들한테 이식쿨 호수를 간다고 말하니까, 영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식쿨? 가서 뭐하려고?"
"그냥 생각한 건 없고, 이식쿨 호수를 보고 싶어서. 촐폰아타(Cholpon-Ata)가 이식쿨 호수 보는데 괜찮은 마을이라던데 거기 갈까 생각중임"
"지금은 겨울이라 이식쿨 호수 봐봤자 아무것도 할게없음. 원래 이식쿨은 여름 피서지이고 지금은 숙소 영업조차 아예 안할걸?"
"그러면 겨울에 이식쿨 근처에서 할 수 있는게 뭐있는데?"
"음... 스키? 너 스키탈 줄 암? 실상 스키말고 할 수 있는게 없음."
"나 스키탈줄 모르는데..."
"그러면 이식쿨 갈 이유가 별로 없을걸. 유목민 체험 투어도 겨울이라 당연히 안할거임."
숙소로 돌아오고 이식쿨 근처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머리를 쥐어짜며 검색하다가,
이식쿨 동쪽에서 가장 큰 마을 카라콜(Karakol)에서 멀리 안떨어진
카라콜제티오구즈(Jeti-Oguz)나 알틴아라산(Altyn-Arasan) 같은 곳에서 하는 트레킹이 괜찮다고 나와있었다.
하지만 이런 한겨울에는 오프로드 4wd 차를 동원해야 겨우 마을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뭐가 되었든 일단 카라콜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겨울 호수를 본건 2년전에 본 바이칼 호수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카라콜 정도 되는 도시를 가면 뭐든 할 수 있는게 있을거라고 생각했기에.
카라콜에서 하루 묵고자 마음을 먹고 비슈케크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숙소에서 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얀덱스맵이나 2GIS 지도 어플에서 보여주는 버스 노선이 전부 틀린 노선이었다...
한참 헤매서야 간신히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비슈케크에서 카라콜까지 버스비가 3백솜(대충 5천원 이내)이고, 6시간 정도 소요된다.
길은 꽤 평탄하게 닦여 있어서, 느긋하게 갈 수 있었다.
이식쿨 호수로 접어들기 전 협곡을 지난다.
협곡 입구에 있는 휴게소에 잠시 정차
설산 사이로 화물열차가 지나간다
결국 이식쿨 호수는 창밖으로 감상하기로만 했다
어짜피 호수가 너무 넓어서 사진으로 다 담기지도 않을거 같구
카라콜에 도착
카라콜이라는 마을은 후져보여도 트레킹이나 스키타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꽤 숙소들이 많았다.
일단 호텔에 체크인하고 뭐할지 생각하다가 아크수(Ak-Suu)라는 마을에 온천이 하나 있다고 나왔다.
뭐 할거는 딱히 없고 온천이나 조져볼까 하고 마음을 먹었다.
다음날 아침에 숙소에 아크수로 가는 택시 예약해달라고 부탁했다.
온천에 간다고 하니 택시기사한테 온천에 머무는 동안 기다려달라고 미리 알려주었다고 한다. 꽤 서비스가 괜찮았다
택시기사 양반은 꽤 나이가 있는 키르기스인 할배였는데, 자기 차가 기아 차라는데에 엄청 자랑스러워 하는 할배였다.
참고로 그 차는 너무 심하게 굴렸는데 속도 계기판이 아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카라콜에서 20분정도 택시를 타서 아크수 마을의 온천에 도착했다.
아침10시에 도착해서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온천의 규모는 딱 노천으로 있는 냉탕, 온탕, 열탕이 끝이었지만, 샤워실하고 탈의실같은건 그래도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
참고로 카라콜은 이식쿨 호수 고산지대에 있어서 겨울이 겁나 추운 동네였다.
하지만 온천물은 겁나 뜨거웠다. 아무리 영하15도라도 물에 쭉 담그면 후끈후끈한게 신기하더라
온천물도 라돈 성분의 온천인가 해서 미끈미끈하고 아주 좋았다.
카라콜 근처에서 트레킹하고 피로 풀기에는 여기만한 데가 없을 듯 했다.
결국 카라콜에는 온천만 하고 돌아가는 셈이 되었지만, 온천 하나로도 충분히 만족한 여정이 되었다.
이건 카라콜을 떠나기 전에 먹은 카자흐-키르기스 국수요리 베쉬바르막(Beshbarmak)이다.
같은 국수요리인 라그만과 다른 점은 고기가 엄청나게 들어가서 상당히 걸쭉하고 기름진 맛이 난다는 점
밥먹고 카라콜 버스터미널로 돌아갔다. 도착하자마자 버스기사가 빨리 타라고 채근을 해서 버스터미널 모습을 제대로 못찍음
한겨울에 와서 이식쿨 호수 찍먹하고 돌아가는게 너무 아쉬웠다.
키르기스스탄은 여름에 가는게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 여름에 이식쿨에서 수영도 하고 유목민 체험도 할 수 있고 할게 겨울보다 훨씬 많은 것 같다.
꼭 여름에 다시 가보고 싶다...
막짤은 비슈케크 다른 숙소로 체크인해서 사먹은 키르기스 브랜디이다.
구소련권에선 포도 브랜디면 싸잡아서 '꼬냑'이라고 칭하더라. 맛은 동대문 러시아가게에서 사먹어본 아르메니아 브랜디보단 못하다.
러시아 우즈벡 여행이라 참 대단하네요 브로
남들이 많이 차지 않는곳을 여행한다는게 쉽지 않은데요 브로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