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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내가 좋아하는 패션아이템 - 블루 옥스포드 셔츠

우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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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옷차림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다. 유행하지 않는 옷차림을 추구했지만, 너무 편협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에 유행하는 옷차림에도 관심을 가지고 깊게 파고들었다.

결국 돌고 돌아 유행하지 않는 옷차림으로 돌아왔지만, 제법 재밌는 몇 년이었다. 물론 돈은 왕창 깨졌다. 시티보이는 절대 보이의 지갑으로 해결할 수 없는 패션이었다...

 

나는 이 글을 30대 초중반의 캐주얼 스타일을 설명하기 위해 썼다. 20대도 멋지게 소화할 수 있는 옷들이지만, 아무래도 20대에는 더 화려한 스트릿 패션이나 하이엔드 패션이 낫다.

아이러니하게도 젊고 빛나는 나이에만 어울리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나이에 입으려면... 많은 행운이 필요하다... 반면 내가 지금부터 쓰려 하는 스타일은 그렇게까지 환하게 빛나지는 않는 스타일이다. 여성들이 좋아라 하는 옷차림도 아니다. 어쩌면 남자들끼리만 좋아하는 옷차림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에도 변하지 않는 나만의 기본, 나만의 취향이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해주는 옷차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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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셔츠만 입어야 한다면

블루 옥스포드 셔츠.


 누군가 나에게 평생 단 한 종류의 셔츠만 입을지 물어본다면, 블루 옥스포드 셔츠를 택할 것이다. 이 대답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소리 지를 것이다.

 

"세상은 화이트 셔츠가 지배하고 있다고!" 

 

 물론 화이트 셔츠는 투명셔츠라서 킹왕짱이었다. 물론 런웨이와 룩북, 스트릿 스냅에서 화이트 셔츠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한다. 나 역시도 한동안 옷장에 열 개가 넘는 화이트 셔츠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30대 남성이다.

 고가의 화이트 셔츠를 입는 순간 우리는 제육덮밥을 먹을 때마다 소스가 튀지 않을지 걱정해야 하며, 맘 놓고 안주를 향해 손을 뻗지도 못한다. 게다가 집에 와서 벗어보니 목깃에 때가 잔뜩 껴있는 모습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나는 나의 게으름을 위해 화이트 셔츠를 포기하게 된 것이다. 

 

 블루 옥스포드 셔츠는 한결 낫다. 범용성도 있고 화이트 셔츠보다 관리하기도 쉽다. 나는 제육덮밥을 좀 더 터프하게 먹기 위해 블루 옥스포드 셔츠를 잔뜩 샀고, 실제로 지금 오른편에 있는 내 옷장에는 블루 옥스포드 셔츠만 4개가 걸려있다.

 몇 개의 소매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소스들이 세탁까지 견뎌내고도 남아있다. 그렇지만 그 흔적을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화이트 셔츠를 입을 때는 온갖 사람들이 알아보고 걱정해줬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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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포드 셔츠는 3대 500부터


 옥스포드 셔츠의 기원은 엄밀히 말하자면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온 건 아니다. 19세기 즈음, 스코틀랜드의 한 공장에서 옥스포드, 케임브리지, 예일, 하버드의 이름을 따서 원단을 만들고 마케팅을 시작했는데

 그 중 옥스포드 원단이 제일 인기가 많았을 뿐. 게다가 패션 아이템으로써 인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당시 명문대들은 각 대학의 이름을 걸고 폴로 경기를 뛰었는데, 평소에 입던 고가의 드레스 셔츠를 입고 운동을 하니 불편하고 쉽게 옷이 망가졌다.

 그 포인트를 노려서 스코틀랜드 마케팅이 명문대의 이름을 딴 원단을 가지고 침투한 것. 즉 옥스포드 셔츠의 시작은 운동복이었다. 3대 500부터 옥스포드 셔츠를 입을 수 있었다

 

 아직도 옥스포드 셔츠에서는 운동복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데, 바로 카라 끝의 단추를 채울 수 있는 구멍이다. 드레스 셔츠는 카라에 단추가 없어 폴로 경기 중에 말을 타고 질주하거나 바람이 불면 카라가 눈을 가릴 정도로 휘날렸고, 이게 너무 불편하다고 컴플레인을 넣자 카라가 날리지 않도록 단추를 달아준 것.

 참고로 폴로 경기 중 입는 셔츠였기 때문에 당연히 '폴로 셔츠' 라고 불렀고, 브룩스 브라더스에서는 아직도 폴로 셔츠라는 이름으로 옥스포드 셔츠를 발매하고 있다. 하지만 폴로 랄프로렌 때문에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졌고.. 게다가 라코스테가 유명한 반팔 폴로 셔츠는 사실 테니스를 칠 때 입는 셔츠다. 이게 뭔 개소리지

 

 종합해보자면 옥스포드 셔츠는 운동복이었고, 원래는 운동 외의 시간에 입으면 이상한 취급을 받았다. 요즘으로 치면 언더아머 쫄티를 입고 주간 회의에 들어간 느낌이랄까. 하지만 놀랍게도 그걸 해내는 ㅁㅊㄴ쿨 가이들이 있었고, 땀냄새 풀풀 나는 옥스포드 셔츠를 입고 다니는 놈들이 반항아-쿨가이 밈을 타게 되면서 옥스포드 셔츠는 삽시간에 간지의 상징이 되었다. 다른 대학교 원단은 다 구려서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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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슨 바지랑 입는데요


 뭐랑 입어도 잘 어울린다고 했다가 형한테 혼났다. 엄밀히 말하면 체형과 헤어스타일, 개개인이 풍기는 뉘앙스 등 아주 많은 변인이 있기 때문에, 최적의 조합인 컬러 매치를 하더라도 어울리지 않는 경우는 항상 존재한다. 그럼에도 역사적으로 볼 때 항상 옳은 조합을 뽑아보자면, 아래와 같다.

 

1) 블루 옥스포드 셔츠 + 카키 치노 팬츠

- 홍상수, 우디 앨런, 그 외의 수많은 미국 패션에서 증명된 조합. 중요한 건 적절한 사이즈일 뿐이다.

- 이탈리아에서는 블루톤 + 카키/브라운 컬러 조합을 '아주로 에 마로네' 라고 부르며 거의 신 대접을 하더라.

 

2) 블루 옥스포드 셔츠 + 워싱이 없는 데님

- 워싱 데님이랑은 조합하지 마라. 색깔이 연결되면서, 걸어다니는 거대한 하늘색 딜도같이 생겼다.

- 대비를 주기 위해 최대한 워싱이 없는 진한 데님을 입어라. 물론 비율이 좋거나 하면 워싱 데님도 도전은 해볼 수 있다.

 

3) 블루 옥스포드 셔츠 + 올리브그린 밀리터리 팬츠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합이자, 가장 개성이 뚜렷한 조합.

- 퍼티그 팬츠, HBT 팬츠 정도가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냥 카고 바지 말하는 거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라.

 

위의 조합들은 오버사이징을 해도, 정사이즈로 입어도 왠만하면 예쁘다. 아우터와 신발부터는 취향과 스타일의 문제가 극명해진다. 나 같은 경우는 가죽 자켓이나 네이비 블레이저, 맥코트를 위에 걸치고 처카부츠나 로퍼를 신는다. 아저씨 스타일인 것이다. 젊은이들은 컨버스에 바시티 자켓 같은 것에 조합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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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는 브랜드


모든 셔츠는 매장 가서 입어보고 사라. 나는 95사이즈부터 105사이즈의 셔츠를 모두 가지고 있다. 브랜드마다 셔츠의 패턴과 의도한 체형이 다르기 때문이다.

 

1) 취향도 꽤 있고, 옷에 제법 돈을 써보고 싶다면

 

덩치가 있다면, Gitman Vintage(15만원~20만원대) 추천. 가장 미국다운 셔츠를 만들고 있다. 톰브라운의 전성기 외주 공장이기도.

보통이거나 마른 편이라면, Individualized Shirts(15만원~20만원대) 추천. 브룩스브라더스 외주를 오랫동안 뛴 실전파 브랜드.

 

2) 뭐가 뭔지 모르겠고 맛 좀 보고 싶다면.

 

체형을 불문하고, Polo Ralph Lauren(5만원-10만원대) 추천. 아저씨 브랜드인 거 안다. 그럼에도 이 가격에 이 퀄리티를 맛볼만한 브랜드가 잘 없다.
 

폴로가 너무 아저씨 같다면, 유니클로/무인양품(5만원 이하) 추천. 무인양품 셔츠는 기장과 품이 작게 나와, 체구가 작은 사람들에게 무척 추천한다.

 

 

 

끝맺으며 3줄 요약.

 

1) 블루 옥스포드 셔츠는 튼튼하고 막 굴리기 좋고 여기저기 잘 어울린다.

2) 원래 운동복인데 3대 500 치는 운동선수 형아들이 일상복으로 만들어버렸음.

3) 꼭 입어보고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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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는 내가 입은 모습.

 

 

그리고 하이엔드/스트릿 패션 쪽은 다루지 않는다. 유행이 너무 빨리 바뀌고, 점점 내 취향에서 멀어지고 있어서. 그 쪽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내가 소개하는 내용들이 틀니딱딱에 촌스러울 거 안다. 난 촌스러운 거 좋아하나 보다. 다음 글은 하의를 다뤄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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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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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blueskykim 21.07.21. 10:20

맨 아래 사진이 우르사 브로?? 스타일리시 하네 ^^

 

블루 옥스포드.. 만만하게 하나씩 두고 입을만한 아이템이지. 글 잘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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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파조 21.07.21. 11:07

패알못인데 이런 글 너무 좋네요 많이 배울께용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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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로건 21.07.21. 11:18

나이가 들수록 그냥 편안 옷을 주로 많이 입고 다니고 있음...진정 아재의 길로 접어드는건가... 아니면 살이 쪄서 뭘 입어도 태가 안남을 인정 하는건가...아니면 옷살 돈으로 맛있는 안주에 술을 먹어서 그런건가... 이유가 어찌 됐던 그 모든게 아재의 길로 접어 들어 그런게 아닌가 싶음...ㅋㅋㅋ

 

옷이 날개라는 말처럼, 사람의 이미지를 단번에 변화 시킬 수 있는...

송송밍 21.07.31. 18:22

오 진짜 셔츠중에 꼭 필요한 셔츠지 나는 기본적으로 셔츠에 청바지 or 면바지가

제일 멋있다고 생각하는스타일리이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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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훈스 21.08.05. 00:00

범생이 처럼 보이는 옷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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