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하루에 시 하나 009
울퍼린
1278 5 3
고흐 (진은영)
왼쪽 귓속에서 온 세상의 개들이 짖었기 때문에
동생 테오가 물어뜯기며 비명을 질렀기 때문에
나는 귀를 잘라버렸다
손에 쥔 칼날 끝에서
빨간 버찌가
텅 빈 유화지 위로 떨어진다
한 개의 귀만 남았을 때
들을 수 있었다
밤하늘에 얼마나 별이 빛나고
사이프러스 나무 위로 색깔들이 얼마나 메아리치는지
왼쪽 귀에서 세계가 지르는 비명을 듣느라
오른쪽 귓속에서 울리는 피의 휘파람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커다란 귀를 잘라
바람 소리 요란한 밀밭에 던져버렸다
살점을 뜯으러 까마귀들이 날아들었다
두 귀를 다 자른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멍청한 표정으로 내 자화상을 바라본다
진은영 시인의 <고흐>라는 시야.
내가 천재가 아니어서일까, 다른 이들이 가지고 있는 천재성에 매료될 때가 있어.
고흐의 그림을 직접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나도 두 귀를 잘라내버린 사람일까?
조금 무섭기도 하고
오묘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