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일본 전국여행] 18일차 - 아오모리(青森) 핫코다산(八甲田山) 여행기
도시(City) | 일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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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엔 한참 장마가 퍼붓고 있었던터라, 나의 장대한 여행계획이 모두 무너졌었고 계획상 내내 도호쿠에 머무를 순 없었기에 딱 한곳만 들르고 가자 한 곳이 있었다.
핫코다산(八甲田山)이라고 아오모리(青森) 시 남쪽에 있는 해발 1500미터 가량 되는 거대한 산이다.
이 산은 겨울에 아주 혹독한 날씨를 자랑하며 또 자연적 현상으로 거대한 수빙이 형성된다 하기에 들르기로 했다
시작은 아오모리역에서, 신아오모리역이 아니다
이 핫코다산까지 가는 버스는 JR에서 운영하는 버스기때문에 JR패스가 적용이 된다
내 기억상 JR패스(전국, 도호쿠에 해당될 것이다)면 이 버스에 무료로 탑승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데 시간을 잘 맞추고 와야한다. 버스의 자리는 한정되어있지만 의외로 이 핫코다산을 찾는 승객이 많기 때문이다.
내가 이 핫코단을 갔을 때는 대략 1월 후반부였다
만약 비슷한 시기에 가면 길마다 이런 정말 말그대로 새하얀 눈으로 쌓인 아름다운 나무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달리는 버스에서 사진을 찍었기에 화질이 형편없지만, 일단 한번 눈으로 보면 아름다워서 몇 분을 버스를 보는데 정신이 팔릴 수 있다
잘은 모르지만 자위대의 훈련인거 같은데 운좋게 포착할 수 있었다
적설량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이 핫코다산은 겨울이 되면 정말 미친듯이 눈이 내린다고 한다.
덧붙여서 내가 갔을때의 겨울은 일본에서도 유래없이 따뜻한 겨울이여서 눈이 비가 되어서 내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 상태에서 이만큼 온건데, 만약 추운 겨울이었다면 얼마나 더 왔을지 상상이 되질 않는다
일단 처음에 도착해서 로프웨이 왕복 티켓을 사도록 하자
당연히 왕복아니야? 편도는 왜 있는거지? 하겠지만 이 핫코다산의 주요 고객층은 나같은 뚜벅이 관광객보다는 스노보드 및 스키를 타러 온 사람들이다
따라서 대기줄은 스키장비를 중무장한 스포츠인들을 보는게 대부분일 것이다
여기는 일본인 중국인 뿐만아니라 서양사람들도 보였다
로프웨이를 타고 한 10분내지 올라가면 한층 더 눈에 뒤덮인 설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핫코다산에선 장화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난 평범한 운동화를 신고 갔었기에 이 장화를 신고 안전하게 입성할 수 있었다
장화를 신고 나가면 정말 살면서 한번도 본 적 없는 순백의 설경을 볼 수 있다
정말 순백 그 자체였다
주변엔 아무것도 안보이고 한 100M밖에 안되는 가시거리에 있는 조용한 나무들만 보일 뿐이다
핫코다산이 자랑하는 수빙... 이지만 유독 따뜻한 겨울이었기에 이런 반쪽짜리 수빙밖에 없었다
원래는 정말 설인같이 거대한 수빙이 보여야할텐데, 내가 일본을 오는 타이밍을 잘못 잡아서 이런 사단이 난 것 같다
적설량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2
정말 말 그대로 눈이 허벅지까지 쌓여있었다
사람이 미리 밟아둔 길이 아니라면 가능한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밟는순간 푹! 하고 꺼지고 바지는 죄다 젖을테니
완전체 수빙을 보면 좋았겠지만, 떼를 써도 더 추워지진 않으니 보는데서 만족했다
하늘은 마치 영화관 촬영장 준비한듯 새하얗고
땅은 푹푹 쌓인 눈밖에 없는데
내 옆에 있는거라곤 말없는 수빙들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생각이 굉장히 묘해진다
수빙사진2
수빙은 왜 생기는가
그냥 눈이 쌓인 것이랑 무엇이 다른가
일본 관광사이트에서 설명하길
설운 속 과냉각 상태의 미세한 물방울이 수목이나 나뭇가지에 붙어 동결된 상태에서 또 눈이 내리면 얼음 위에 눈이 달라붙어 단단해지고, 이를 반복하여 발달한 백색의 빙층이 바로 수빙이라고 한다.
아무데서나 볼 수 없고 표고가 높고 착빙이 일어나기 쉬운 침엽수와 적당량의 적설량과 섭씨 영하 5도 전후의 약한 바람일때 일어난다 하니
쉽게 말해서 적당히 추운 곳에서 침엽수 위에 눈들이 알맞게 달라붙어 수빙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대충 하늘을 찍은 장면
아무것도 안보이고 마치 가짜인것처럼 영화 세팅 촬영장인마냥 거짓말처럼 새하얗고 변화가 없는 하늘이었다
사실 좀 더 핫코다산을 둘러보고 싶었지만, 존나게 추운것과 길이 제대로 안파여있고, 한 100M만 떨어져있어도 사람들 무리를 볼 수 없기때문에 조난되기 쉽다
나도 무서워서 솔직히 몇백미터 못가고 적당히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저만치 있는 사람보고 다이죠부데스까 하고 외친것도 기억난다 대답은 물론 하이 다이죠부데스 였고
캠프로 돌아와선 난로에 몸을 식힌다
내 바지는 이미 눈에 젖었고 쌍안경은 내리는 눈으로 엉망진창이 되었고 점퍼 또한 물에 빠진마냥 축축했다
무서울정도로 새하얗던 바깥에서 이렇게 난로를 쐬니 뭔가 살아돌아왔다는 느낌이 강했다
여기 핫코다산에는 과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단편적인 것 밖에 모르지만 19세기 후반 일본 육군이 이 핫코다산의 정찰로 확보를 위해 겨울에 행군을 감행했는데
별다른 방한대책도 갖추지 않고 마음 가볍게 갔다가 군인 대부분이 조난당하여 이 핫코다산에서 쓰러지고 죽었다고 한다
위의 사진들을 봤으면 군인들이 어떠한 환경에서 죽었을지 상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적설량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3
주차한지 얼마 되지않아 금방 눈이 쌓였는지 차 위의 쌓인 눈을 한참 치우고 있는 모습이다
아오모리 시로 돌아가는 JR버스를 타고 안전한 도시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내 체력이 얼마 되지않아, 시간이 그렇게 많지않아 핫코다산을 좀 더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솔직히 더 걸어봤자 똑같은 풍경이었을게 뻔하다 딱히 후회하거나 그런 마음은 없다
나는 불행하게도 반쪽짜리 수빙을 갔지만, 나중에 핫코다산을 간다면 제대로된 수빙을 본다면 그 여행은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