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여행 - 울프코리아 WOLF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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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비오는김에 테메에서 만난 여자애 썰 하나 푼다.

익명_뛰어난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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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반에 테메 가서 테메특파원한테 거수경례하고
한시간쯤 있다가 나와서 비따라 추적추적 걷다보니
귀찮아져서 호텔에 그냥 돌아왔다.

회사 출장으로 방타이 자주 하는 편인데
여권 펼쳐서 세보니 3년 사이에 벌써 14번이나 왔더라.

호텔 탁자에 앉아서 지난날들 되새김질 하다가
기억에 남는 여자애가 있어 썰 하나 풀어본다.

뭔가 이 눅눅한 감정을 배설할 곳이 없어 여기다 끄적이니까
똥글 길게 썻다 너무 나무라지는 마라.

작년 12월에 한달간 출장으로 라용과 방콕을 왔다갔다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일이 끝나고 1월 2일까지 잠깐 휴식시간이 생겼다.

방콕 레지던스에서 크리스마스에 뭘해야하나 하다가
생각해보니 혼자서 뭘 하기 애매하더라.
테메로 갔는데 후문 오른쪽 모서리 뒤에 서있는 이 아이를 처음 봤다.

키 160정도에 낡아보이는 옅은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전형적인 치앙마이 쪽 아이 같았다.

호텔로 가는 택시에서 고향을 물어보니 치앙라이에서 왔고
24살이라고 하더라.


샤워를 하고 침대 이불 속에서 몸을 감싸던 수건을 벗겨내니
배쪽에 수술 자국이 있더라. 속으로 좀 짜증은 났는데 내색은
안했다.

거사가 끝나고 팔베게를 해주며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애기가 있냐 물으니 그런 얘기는 하지 말란다.

잠시후 머뭇거리며 치앙라이에 4살된 애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남자친구 집에서 애를 데려가서 자기는 아이를 못본다고 하더라.

무슨 사정인지 더 묻지는 않았다.
이런 얘기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샤워를 하고 옷을 입으며 어디로 가냐 물으니 테메로 다시 간다 하더라. 밥은 먹었냐 물으니 안먹었단다.

나는 대학다닐때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서
등록금 벌려고 이런저런 일을 좀 했다.
운이 없어 취사병으로 간 군대를 나온 후에
야간에 대학 근처 바 주방에서 졸업할 때까지 음식을 만들었다.

낮에 터미널21 마트에서 맑은 육수 같은 걸 팔더라.
그게 뭔지 아직도 모르겠는데 이 육수에
된장이랑 두부를 사서 된장찌개 끓여 놨었다.

밥을 해줄테니 먹고 가라 했더니 그냥 가겠다 하더라.

내가 직접 만들었다고 하나 놀라며 먹고 가겠다 하더라.
된장이랑 마트에서 산 김치, 고향만두 몇개를 반찬으로 냈다.

된장이 다행이 입맞에 맞나 보더라 잘 먹더라.
그런데 한 세 숟갈 떠먹더니 얘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나한테 고맙다고 했다. 방콕 생활이 많이 팍팍한가 싶었다.

한참을 달래주고 나서야 눈물이 멈췄다.
오늘 여기서 그냥 자고 가라고 하니 알겠다고 했다.
침대에서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잠드는 걸 보고나서 나도 잤다.

그 후로 지금까지 태국을 4번이나 더 오게 됐다.

올때마다 만나던 이 아이에게 7월에 다음달 나 방콕 간다
연락을 하니 답장이 없더라.

몇 번 더 라인을 보내봤지만 읽지도 않는 걸 보니
나를 차단한 것 같더라.

왜 내가 차단당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몇일동안 테메에 가도 없는 걸 보니 이 곳 생활을 정리한 것 같다.

나도 그 정리 대상에 포함되있었나 보다.
많이 착찹하더라.

사회 생활하면서, 또 잦은 타국 생활에서
이런 일회적인 관계들과 매일 이별하는 생활이 익숙하다
생각했는데 정이라는 게 무서운 건가봐.

얘는 잘 살고 있으려나?
사연 없는 인생 어디 있겠냐만은
어린 나이에 갖은 고초를 겪은 만큼 잘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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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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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의 관심 덕분에 글 쓰는 브로들이 더 많은 남자의 여행기를 작성할 수 있어. 댓글로 브로의 관심을 표현해줘.

많은 댓글 = 더 많은 후기~💙
1등 뱃남 20.11.10. 22:56

오 형 인성좋아보인다 굿굿

2등 ㅇㅇ2 20.11.10. 22:56

에구...아련하다 이런거 좋지

3등 잉위 20.11.10. 22:56

가슴아프다 이것이 로맴매인거신가

파오후 20.11.10. 22:56

씁쓸하네 잘살고 있었으면 좋겠다

양파껍데기 20.11.10. 22:56

정리할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겠지...잘읽었다

원조탈릉 20.11.10. 22:56

나도 생각해보니 서로가 좋아하다 헤어짐을 반복하는데 추억으로만 가지고 있는게 좋은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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